[2000년 3월, 전 서버가 들썩인 ‘투사 가면 사기극’]

[2000년 3월, 전 서버가 들썩인 ‘투사 가면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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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팝리니지에 유난히 정제된 어조의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다.
“투사 가면 +5, 저주 풀림, 성능 보장. 교환 또는 판매 원합니다.”
당시 그 장비는 워낙 희귀하고 구하기 어려워, 많은 유저들이 혹했다. 글에는 정교한 설명과 고급스러운 단어들이 덧붙어 있었고, 마치 공식 직원이 쓴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 글은 곧 팝리니지 추천글 상단에 자리 잡았고, 댓글창에는 “진짜야?”, “정말 풀린 저주 맞나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일부 유저는 즉시 쪽지를 보내겠다며 줄을 섰고, 하루 새 열 명이 넘는 유저가 교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교환이 이루어진 후 해당 아이템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단순한 실수로 여겼다. “내가 착각했나?”, “강화 수치 잘못 봤나?”라는 자책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피해자가 늘어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팝리니지에는 “투사 가면 관련 사기 조심”이라는 제목의 경고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유저들은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해당 장비는 겉보기엔 멀쩡했지만, 강화 수치가 조작된 이미지였고, 실물은 기본 성능조차 되지 않는 상태였다. 교환 당시 잠깐 보여주는 스크린샷과 거래창의 타이밍을 교묘하게 조작한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팝리니지엔 곧 피해자들의 집단 증언글이 올라왔고,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리니지를 우롱한 사기극”이라는 분노의 글들이 메인을 도배했다. 결국 유저 ‘데빌포이즌’이 이 사기의 주범으로 밝혀졌고, 그가 사용한 계정이 연관된 다수의 거래 내역까지 추적되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일이 단 하루 만에 벌어졌다는 점이다. 팝리니지는 곧 긴급 공지를 통해 거래 시 유의사항을 정리한 가이드를 배포했고, 일부 유저는 사기를 방지하는 방법을 정리해 ‘사기방지 체크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 체크리스트는 지금까지도 유용한 자료로 회자되고 있다.

사건 이후, 유저들은 “화려한 설명보다 검증이 먼저”라는 교훈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이는 이 사건을 두고 “리니지 최초의 금융 사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 사건은,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준 계기였다. 그리고 그 모든 파장은 팝리니지에서 시작돼, 팝리니지에서 정리되었고, 결국 팝리니지에 역사로 남았다.